▲ 넷스토리 김지원 대표

넷스토리 김지원 대표는 안정적인 대형 게임 회사에 재직하고 있는 개발자였다. 그랬던 그가 창업을 결심하고 실행하면서 겪은 일은 예상과 너무 다른 일들이었다. 그는 KGC 2016에서 그 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게임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동안 마주한 많은 어려움을 청중에게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게임 개발 스타트업의 어려움'.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다.



■ "개발자를 위한 가치"

김지원 대표는 창업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카발', '메이플스토리' 등 굵직한 게임의 팀장을 역임하며 일상을 영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찾아와 "개발자로서 주도적 일할 수 있는 신규 프로젝트를 해보자"며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대표 이사직을 맡아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김 대표는 그때까지만 해도 옛 동료들의 창업을 말렸다. 제안해온 사람들이 대리, 과장 정도의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는데, 으레 이쯤이면 생기는 회사에 대한 불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원래 조직 생활이라는 것이 그렇다"라며 술 사주고, 밥 사주면서 그들을 되려 설득하려고 했다. 대기업 제도권 안에서 부족함이 없었으니까.

3달 정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그러면서 김 대표도 동화되어 갔다. 이들이 단순한 반발심에 혹은 단순한 시대 흐름에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사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으며 어떻게 경력을 쌓아나갈 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 "원래 조직 생활이 그런거야, 참아"

굵직한 게임의 팀장급을 역임했기에 조직관리 경험도 있었던 그는 대표 이사직을 결국 수락했고 '넷스토리'를 만들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가장 먼저 한 일은 '어떤 회사를 만들 것인가, 어떤 문화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는 일본의 지브리에서 그 답을 찾았다.

동경에 위치한 '지브리 미술관' 옥상에는 조형물이 있다. 그 조형물 아래에는 제작자가 완성의 순간을 기념하면서 찍은 사진이 있다. 본인이 만든 콘텐츠에 애정을 가졌기에 행복함이 묻어나는 사진이었다.

김 대표도 그러한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유저들에게 감동과 교훈 그리고 위안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궁극적으로 '넷스토리'라는 이름을 들으면 유저들이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는 한편, 본인이 개발자였기 때문에 개발자를 위한 사내 문화 및 환경도 만들어 가고자 마음먹었다.



■ "그 때까지도 잘 몰랐다. 과정인 줄만 알았다"

이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인지 결정할 시기가 됐다. 창업한 2012년은 모바일 게임으로 게임의 추세가 변화하는 시기였다. 김 대표의 회사는 규모도 작고 인력도 적었기 때문에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PC 온라인이나 콘솔을 하고 싶어도 그들에게 남은 카드는 모바일뿐이었다.

대신 '잘 짜인 스토리'를 가진 게임을 반드시 만들겠노라 다짐했다. 초등학생 시절 즐긴 '파이널판타지3'가 자신에게 개발자의 꿈을 가지게 한 것처럼 감동을 주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 일본어를 모르던 어린 김 대표는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전반적은 감성이나 분위기로 즐거움과 의미를 받은 바 있다. 이런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기성 작가에게 부탁해 시나리오를 잡았다. 무려 1년 동안 공을 들였다. 모바일 게임의 스토리를.

이미 한국 시장은 레드오션화가 진행되는 상태였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 집중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보고 글로벌 서비스로 포커스를 맞췄다. 저용량, 저사양의 게임과 특정 문화권에 편향되지 않는 그래픽으로 방향을 잡았다. '카발', '메이플스토리' 등으로 60여 개국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해본 경험이 있기에 자신 있었다.

스토리, 글로벌 서비스와 함께 전략을 키워드로 잡았다. 자동 전투 플레이가 즐겁고 가치가 있음은 분명하나, 정통 게이머에게는 부족하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전략 요소를 극대화한 게임을 개발하기로 했다.

사실, 논리적으로 틀린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목표를 중소게임사에서 이뤄 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아직 잘 몰랐다.

▲ 모바일 게임 시나리오에 1년 간 공을 들였다.



■ "경험과 경력이 있어 자신있었지만, 교만이었다"

우선 인력 구성부터 시작했다. 시간과 자본이 없으니 경력직 위주로 뽑아야 했다. 그래서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다들 대기업에서 과장, 본부장 정도의 직급을 가진 능력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경력이 적게는 7년인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다.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김 대표는 개발자가 만족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기에 이 시간이 가치 있었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말이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많은 시간을 낭비한 시기였다.

자금의 경우 막연하게 '정부 지원'과 '투자'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나 둘 다 쉽지 않은 길이었다. 정부 지원의 경우 게임 사업에 직접 투자하는 과제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간혹 있다고 해도 경쟁률이 높기에 신생회사의 경우 과제를 따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게임 스타트업은 본 프로젝트와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서브 프로젝트를 따와 정부 지원 과제금을 받기도 한다.

받는다고 해도 쓸 수 있는 목적이 한정되어 있고 기술료 등을 내야 하는 제약 등이 있다. 특히 기술료의 경우 연대보증이 걸려있는 경우가 있어서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 회사 압류 혹은 몰수 등을 당할 수도 있다.

▲ VC에서 요구한 사항. 어떻게 확실함을 증명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김 대표는 투자금 유치를 알아봤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스타트업 투자는 많지만, 게임 스타트업 투자는 많지 않았다. 조건이 매우 까다롭거나 기준이 높았다. 또한, 스타트업에 요구하는 것도 대단히 많았다. 시간은 시간대로 흐르고 미팅은 미팅대로 진행해도 정작 투자를 받을 수 없었다. PR 문제나 VC에 믿음을 주지 못한 문제도 있었겠지만, 게임 스타트업은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없었다. 김 대표는 투자를 받지 못했다. 이 기간에 프로젝트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시간은 흐르는데.

결국 자본금이 다 떨어지는 상황에 도달했다. 김 대표는 가수금(假受金)을 써야만 했다. 집을 팔고 대출을 받고, 카드론을 받고, 현금 서비스로 받고, 보험을 깨고 등등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인력을 줄이기로 했다.

김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항상 있었는데 이제는 직원들에게까지 미안한 마음을 품어야만 했다. 초창기, 경력직을 데려온 것이 실책이었다. 이견이 조율되지 않아 프로젝트가 표류하는 동안에도 고정 비용은 꾸준히 나갔었다.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하고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적인 것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경험과 경력이 있었기에 자신했지만, 이는 교만이었다.




■ 4천 원. 그의 하루 생활비였다.

김 대표는 창업과 개발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개발하고 싶으면 회사에서 좋은 조건으로 개발하면 되기 때문이다. '어떤 회사를 만들 것인가?', '어떤 문화를 만들 것인가'에 개발자로서 집중한 나머지 사업가, 경영자로서의 고민의 부족했다.

출시를 앞두고서는 더 큰 산이 김 대표를 가로막았다. 퍼블리싱할 업체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이 블록버스터 게임으로 재편되면서 수익성이 큰 게임을 제외하고는 퍼블리싱이 잘 안 된다. 가끔 퍼블리싱을 하겠다고 다가오는 기업도 있었지만, 조건이 매우 좋지 않았다. 적자가 되어버리는 구조였다. 100여 곳의 퍼블리셔를 만났지만, 계약을 맺지 못했다.

이 시기 김 대표의 빚은 대단히 많았다. 너무 힘들다 보니 위험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주위의 스타트업 대표들이 안타깝게도 자살하는 경우를 봐왔던 그다. 창업 당시 죽음이라는 각오는 없었기에 죽음은 더 처절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가족이 있었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 주저앉기보다 코딩 한 줄이라도 기획 하나라도 더 했다. 잠자는 시간을 3시간으로 줄이고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생활비를 충당했다. 4천 원. 그의 하루 생활비였다.




■ 택틱스 스쿼드 12월 19일 글로벌 출시 - 고난, 역경, 어려움... 스타트업의 길

그는 지난 9월 26일 '택틱스 사가'라는 이름으로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했다. 당연히 돈도 시간도 없었기에 처음에 생각했던 것들을 게임에 제대로 녹여내지 못했다. 다행히도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지표는 평균 이상이었고 수익률도 나쁘지 않았다. 돈이 없으므로 마케팅을 전혀 진행하지 못하기에 업데이트로 유저들이 가진 '서비스 종료' 불안감을 달래주려고 하고 있다. 그들은 일주일에 3회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김 대표는 하루 22시간 고객 응대를 하고 있다.

퍼블리셔도 만났다. 북미 퍼블리셔를 만나 12월 19일 AOS와 iOS로 전 세계 출시를 앞두고 있다. 타이틀 명은 '택틱스 스쿼드'. 매우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포기하지 않고 시도하다 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은 고난과 역경을 맞이했을 때 "어떻게든 버텨라"라는 말을 많이 듣고는 한다. 그러나 정말 '말은 쉽지'다.

김 대표는 자신이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 말한다. 주위에 자살하는 경우도 있고 정신질환을 겪는 대표들도 많기 때문이다. 개발 기간 동안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 못해 허리, 골반이 나가기는 했지만 적어도 정신 질환을 겪지 않아 다행이라고 쓴웃음을 짓는다.

김 대표는 '나 되게 힘들었어요'라고 말하러 나온 게 아니다. 그의 경험이 누군가가 이직이나 새로운 결정을 할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나왔다. 장밋빛 미래만 바라보는 결심 당시에는 현실적인 문제를 모르기 때문에 말이다.

▲ '택틱스 스쿼드'란 이름으로 오는 19일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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