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진 대표. 사진 최혁 기자
조형진 대표. 사진 최혁 기자
"스타트업은 1등을 할 수 있는 분야에 발을 들여야 합니다. 스마트 신발 중에서도 스마트 골프화는 시장이 아예 존재하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는 시장을 만들었습니다."

조형진 솔티드벤처 대표(33·사진)의 말이다. 솔티드벤처가 스마트 골프화 '아이오핏'을 25일(현지시간)부터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PGA 머천다이즈쇼에 출품한다. 이 골프화는 깔창 센서를 활용해 사용자가 스윙할 때 무게중심 이동을 측정하고 교정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한다. 이달 초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서 혁신상에 선정됐다.

조 대표는 PGA쇼를 마치고 돌아오는 대로 아이오핏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8일 출국을 앞둔 그를 서울 역삼동 솔티드벤처 본사에서 만났다.

"프로골퍼들은 체중 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어요. 그동안 코치를 고용하거나 비싼 장비를 통해 개선해야 했다면 이젠 아이오핏과 전용 애플리케이션(앱)만으로 어디서나 교정할 수 있습니다."

아이오핏은 깔창에 내장된 4개의 압력센서가 무게중심과 양발 지지력 변화를 기록한 뒤 그 과정을 골퍼에게 앱으로 보여준다. 녹화도 가능하다. 슬럼프를 겪고 있는 사용자라면 과거 영상과 비교하는 것뿐 아니라 밸런스 데이터까지 동시에 비교하며 자세를 교정할 수 있다.
'스마트 골프화로 세계 도전' 솔티드벤처
솔티드벤처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하는 프로골퍼의 영상과 데이터를 통해 스윙을 배울 수도 있다. 예컨대 '공중부양 샷'으로 유명한 저스틴 토머스가 아이오핏을 신고 라운드를 돈다면 점프를 뛰는 듯한 특유의 동작이 나올 때 무게중심이 어떻게 변하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정석과는 거리가 먼 폼이라도 사용자가 원하는 선수의 데이터와 비교하며 자세를 교정할 수 있는 콘텐츠인 셈이다. 모델이 되겠다는 의사를 밝힌 골퍼도 있다.

조 대표는 이처럼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아이오핏이 다른 스마트 신발과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언더아머가 공개한 스마트 러닝화의 기능은 활동량을 측정하는 데 머물렀고 굳이 신발이 아니더라도 이와 비슷한 제품이 많다는 게 그의 평가다.

조형진 대표. 사진 최혁 기자
조형진 대표. 사진 최혁 기자
"솔루션 제품은 언더아머 같은 단순한 액티비티 트래킹과는 다릅니다. 사용자에게 대안을 제시해 다른 곳에선 얻을 수 없는 경험을 주니까요. 적어도 이 분야에서 솔티드벤처는 선두에 있다고 봅니다."

솔티드벤처의 감압센서 기술을 알아본 기업들의 러브콜이 늘어나면서 사업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한 대형 스포츠용품 업체와는 내년까지 협업 상품을 내놓기로 했고 아동용품 업체와 유아용 스마트 신발도 출시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단순히 스마트 깔창을 납품하는 것보단 협업을 고집한다. 납품일 경우 상품에 기술을 제공하고도 아이오핏과 솔티드벤처란 브랜드를 노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얼마나 노출되느냐가 경쟁력입니다. 그걸 놓쳐선 안 되죠. 납품사로 가다 보면 대체재는 금방 등장합니다. 세상에 이름을 남길 수 없어요."

아이오핏은 그가 안정적 직장을 버린 이유이기도 하다. 조 대표는 2년 전까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서 근무했다.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에서 스마트 깔창을 연구하다 가능성을 보고 동료들과 함께 창업했다. 아이오핏은 당시 연구과제의 이름이다. 인터넷 오브 피트니스(Internet of Fitness)의 약자다.

"엄청난 매출을 거두는 건 아니더라도 '솔티드벤처는 스마트 신발을 만드는 업체'라고 인식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설령 그게 실패하더라도 박수 받고 싶어요. 도전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되는 일이니까요."

글=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