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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LOUNGE] 한성숙 네이버 차기 대표 내정자 | 글로벌화·첨단 기술 확보…세대교체 앞장

  • 노승욱 기자
  • 입력 : 2016.10.31 16:32:22
1967년생/ 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 1989년 마이컴 기자/ 1994년 나눔기술 홍보팀장/ 1996년 PC라인 기자/ 1997년 엠파스 검색사업본부장/ 2007년 NHN 검색품질센터 이사/ 2012년 네이버서비스 1본부장/ 2015년 1월 네이버 서비스 총괄이사(현)

1967년생/ 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 1989년 마이컴 기자/ 1994년 나눔기술 홍보팀장/ 1996년 PC라인 기자/ 1997년 엠파스 검색사업본부장/ 2007년 NHN 검색품질센터 이사/ 2012년 네이버서비스 1본부장/ 2015년 1월 네이버 서비스 총괄이사(현)



“한성숙 차기 대표의 선임은 네이버의 세대 교체를 의미한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가 올 3분기 네이버 실적 발표회에서 한 말이다.

김상헌 대표 퇴진과 한성숙 네이버 부사장(49)의 내정 소식은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김 대표가 넥슨 게이트에 연루된 의혹은 있었다. 그러나 지난 8년간 장수 CEO로서 네이버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왔고, 실적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기에 그의 퇴진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한 부사장의 대표 선임은 더욱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혁신경영이 중요한 IT업계에선 내부 승진보다는 외부 인사 영입이 더 일반적이다. 김상헌 대표, 이석우·임지훈 카카오 전현직 대표도 그랬다.

예상 밖의 인사였지만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인사 발표가 있었던 10월 20일 네이버 주가는 1.8% 상승했다. 3거래일 만의 반등이다. 한성숙 대표 체제에서도 네이버가 순항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해석된다.

회사 밖에선 ‘깜짝 인사’였지만 사내에선 당연한 수순이란 평가가 흘러나왔다. 한 씨는 ‘수석부사장’이란 직책이 있거나 가장 ‘짬’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사내에선 한 씨를 차기 대표로 일찌감치 점찍어온 분위기다. 네이버의 한 직원은 “김상헌 대표가 물러난다면 다음 대표는 한성숙 부사장이란 공감대가 예전부터 형성돼 있었다”고 귀띔했다. 네이버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그를 선임한 것도 그에 대한 회사 내 신임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네이버의 새 수장이 되는 한 부사장은 어떤 사람일까.

그는 20년 가까이 IT업계에서 일한 1세대 IT 전문가다. 운명의 문은 의외의 지점에서 열렸다.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원래 출판사에 들어가 책을 만드는 꿈을 꿨다. 그런데 당시 출판업계에서 공식 채용이 별로 없어 고민하다 마침 눈에 들어온 컴퓨터 잡지 기자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그렇게 들어간 곳이 ‘마이컴’이다. 그는 “5년 7개월간 컴퓨터 산업 분야를 취재하면서 업계 상황을 가까이에서 파악할 수 있었다. 그 경험이 다음 경력의 발판이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씨앗’이란 한글 프로그래밍 언어 개발자 인터뷰를 하다가 나눔기술이란 스타트업 홍보직을 제안받아 IT업계에 더 깊이 몸담게 된다.

여기서 만난 박석봉 엠파스 창업자(당시 나눔기술 기술이사)와의 인연은 그를 포털의 길로 인도한다. 엠파스 검색사업본부장을 거쳐 2007년 NHN 검색품질센터 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12년 네이버서비스 1본부장을 맡으면서 검색이 아닌, 서비스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한 부사장은 웹툰, 웹소설 등 문화 콘텐츠의 수익화 모델을 안착시켰다. 그가 김상헌 대표 후임으로 일찌감치 낙점된 것도 네이버의 미래 전략 분야인 서비스 사업을 성공적으로 키워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네이버의 모바일 중심 재편과 ‘V LIVE(K팝 스타들의 인터넷 방송)’ 성공에는 모두 한 부사장의 기여가 컸다는 평가다.

주변 사람들은 그에 대해 ‘매우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네이버의 한 간부급 직원은 “부사장임에도 연차가 낮은 직원들이 각각 어떤 일을 맡고 있는지 정확히 기억해낼 정도”라고 말한다. 한 내정자도 과거 인터뷰에서 “엠파스에 합류한 후 처음 5년 동안은 통틀어 4∼5일 쉬었던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다. 하도 진지한 성격이어서 친한 부하 직원들에게 웃으라는 얘기를 자주 듣기도 했다.

네이버 역사상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만큼 안팎에서 한 부사장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김상헌 대표 체제에서 네이버는 가파른 성장 가도를 달려왔지만 한편으로는 늘 독과점 논란에 시달렸다. 70%가 넘는 막강한 검색 점유율을 앞세워 부동산 정보 등 골목상권 침해, 스타트업 아이디어 표절 등의 문제로 수차례 대국민 사과도 해야 했다. 한 부사장에게 부드러운 상생 리더십 주문이 쏟아지는 이유다.

한 부사장도 상생경영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올해 초부터 창작자들의 작품 활동을 돕고, 스몰비즈니스(소상공인 사업) 창업과 성장을 돕는 프로젝트 ‘꽃’을 주도해왔다.

스몰비즈니스를 위한 ‘쉬운 창업’ 정책은 교육, 도구(tool) 제공, 노출 기회 확대 3가지로 요약된다. 도구 제공의 대표 사례는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나 채팅 플랫폼 ‘네이버톡톡’, 예약·간편 로그인 등이다. 별도의 비즈니스 솔루션을 구축하기 힘든 소상공인들이 네이버의 서비스를 쉽게 차용할 수 있도록 한 ‘오픈 플랫폼’ 전략이다. 특히 지난해 6월 출시한 네이버페이는 수많은 간편결제 중에서도 성과가 돋보인다는 평가다. 올 3분기 말 기준 누적 가입자 2100만명, 분기 거래액 1조원을 돌파했다. 또 네이버는 여러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네이버의 오픈 AP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최근 지도 API 무료 사용량도 확대했다. 구글의 지도 반출 논란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있지만, 중소 사업자 서비스 개발을 지원한다는 점에선 일관된다.

이런 노력 덕분에 네이버는 수많은 스몰비즈니스의 핵심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현재 네이버에선 160여만명의 지역 사업자, 8만5000여곳의 페이 가맹점주, 5000여명의 쇼핑윈도 사업자, 400여명의 프로웹툰 작가, 1만여명의 일러스트레이터, 3300여명의 예비 뮤지션 등이 활동하고 있다. 또 매일 2600만명 이상이 네이버를 방문하고, 3억회 이상 검색하며, 1800만번 이상 동영상을 시청한다. 네이버가 검색뿐 아니라 각종 콘텐츠와 비즈니스가 생성·소비되는 거대한 장이 된 것이다. 서비스 총괄부사장인 한 씨가 차기 대표 1순위로 낙점된 데는 이 같은 배경에서다. 네이버 생태계를 유지, 확대하는 게 네이버의 중장기 성장의 원동력이란 경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도 한 부사장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네이버는 그의 대표 내정 소식을 전하며 “사용자의 작은 목소리와 서비스 구석구석까지 살피는 섬세함, 시장의 흐름을 읽어 서비스로 빠르게 엮어내는 과감한 실행력으로 네이버의 변화를 주도해왔다”면서 “우리 크리에이터들을 해외 사용자와 이어주는 글로벌 전진기지의 수장으로서 네이버를 탄탄하게 이끌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 부사장도 지난 4월 열린 프로젝트 꽃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매년 1만여명의 신규 쇼핑 창업자를 만들어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올해에는 연매출 1억원 이상 올리는 사업자가 1500명, 5000만원 이상은 2000명, 1000만원 이상은 4000명 규모로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향후 네이버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지 시사하는 대목이다.

물론 한성숙 차기 대표의 앞날이 마냥 꽃길인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네이버를 안정적으로 키워온 김상헌 대표의 업적이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가 키를 잡게 될 네이버호는 현재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올 3분기 매출 1조131억원, 영업이익 2823억원을 기록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연매출 4조원, 영업이익 1조원 돌파도 기대된다. 주가도 지난 9월 말 90만원을 돌파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회사 안팎의 신임과 기대가 큰 만큼 한 부사장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네이버의 차세대 신성장동력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도 요구된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최근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 2016’에서 음성인식 AI(인공지능) 비서인 ‘아미카(AMICA)’를 공개하고 “네이버가 국내 1위 포털기업에서 글로벌 인공지능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자율주행차, 로봇, AI 기술 혁신을 통해서다. 이런 미래형 신기술은 그간 한 부사장이 전담해온 서비스 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단 점에서 그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도 네이버가 이제 국내 시장보다는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제는 글로벌 전략으로 간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네이버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공개한 인공지능 대화 시스템 ‘아미카’와 인공 신경망을 적용한 통역앱 ‘파파고’에 주목한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구글과 같은 토털 소프트웨어(SW) 솔루션 회사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며 “쇼핑 기반 검색 광고와 인공지능 등 글로벌 전략이 추가되면 또 다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81호 (2016.11.02~11.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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