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부터 하만까지 글로벌 M&A로 약점 보완

지난 2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왼쪽부터)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 사장,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 박종환 삼성전자 전장사업팀 부사장이 손을 맞잡고 협력을 다짐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 지난 2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왼쪽부터)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 사장,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 박종환 삼성전자 전장사업팀 부사장이 손을 맞잡고 협력을 다짐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폴리뉴스 박재형 기자] SBC는 지난 6월 특별기획 1부 ‘불편한 진실’을 방송했고 7월에는 2부 ‘우리의 민낯’을 연이어 방송했다. 

SBC는 삼성그룹의 사내방송으로, 특별기획 ‘삼성 소프트웨어 경쟁력 백서’의 일환으로 두 편을 방송했다. 

1부에서 소프트웨어를 강조하면서도 양적 확대에만 치중해 온 현재 삼성 내부를 파헤쳤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구글로 전직을 원한다면 1~2%만 입사할 수 있다”고 비판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2부에서는 “아키텍처(architecture·기초 구조설계) 개념이 없어요. 30층 건물인데 (기초는) 초가집”이라며 삼성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사상누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삼성이 규모에 비해서 소프트웨어의 큰 그림을 그리는 아키텍처로서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의미”라며 “기본적으로 구조설계를 하는 아키텍처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프트웨어 역량을 발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SBC는 “개방적 소스코드를 서로 살펴보고 잘못된 걸 바로 지적해야 소프트웨어 자체를 개선할 수 있다”며 “수평적인 상호평가가 필요한 이유”라고 수평적·개방적 조직문화로의 변화도 주문했다.

이 방송 두 달 뒤 삼성전자는 하만과의 인수협상에 본격적으로 들어가 지난 14일 하만을 약 9조40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소프트웨어 역량이 부족하다는 삼성 내부의 통렬한 반성 속에 나온 결과다. 

하만은 JBL, 하만카돈, AKG 등의 수준급 오디오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프리미엄 오디오 분야에서 강하지만 자동차 전장사업 분야에서 전체 매출의 65%가 발생할 정도로 전장 분야에 비중이 크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하만 인수를 두고 단순히 삼성전자의 자동차전장 분야 진출이라고만 해석하고 있지만 대다수는 소프트웨어 역량 보강이라는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이를 두고 “하드웨어 제조사가 전도유망한 소프트웨어 회사로 탈바꿈하는 기념비적 사건”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하만은 소프트웨어 분야에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다. 
 
하만은 지난해 5월 소프트웨어 서비스 회사인 심포니 텔레카(Symphony Teleca)를 7억8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 회사는 자동차와 가정, 회사, 모바일 기기를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솔루션을 가진 회사다. 8000명에 이르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보유한 인력이 강점이다. 또 하만이 인수한 회사 중에는 이스라엘 소프트웨어 회사 레드벤드와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 타워섹도 있다. 

이들 회사는 모두 소프트웨어 회사로 커넥티드카나 차량용 IoT 시스템의 개발을 담당한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소프트웨어 인력의 충원이 가능한 점에서 삼성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이런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위한 모습은 잇단 인수합병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6월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기업인 조이언트와 캐나다 디지털광고기술 스타트업 애드기어를 인수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미국의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업체 비브랩스를 사들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와 관련해 “삼성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주요 약점은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클라우드 인프라이며 이것이 바로 인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잇따르는 삼성의 인수 합병이 이를 보완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강화를 목적으로 해외기업들을 인수하는 궁극 목표는 구글과 애플의 지위를 얻기 위함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포기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삼성전자의 자체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의 영역 확대다. 

업계에서는 구글과 애플이 운영체제의 99%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타이젠 점유율을 높이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대 이후를 겨냥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세탁기와 에어컨 등 스마트가전에 적용될 새 운영체제 타이젠 RT를 공개하며 타이젠 모델로 사물인터넷과 커넥티드카 시대를 겨냥해 전략을 세우고 있다. 9조4000억 원을 들인 자동차 전자장치 업체 하만의 인수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차량용 시스템은 한번 운영체제를 정하면 자동차를 타는 동안 계속 써야 한다. 따라서 하만의 자동차용 운영체제에 타이젠이 결합된다면 구글과 애플이 스마트폰에서 누렸던 지위를 삼성이 누릴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도 “전장 시스템에 대한 지식과 개발 경험, 고객사를 갖추고 있고 삼성의 다양한 IT기술력이 결합하면 두 회사의 시너지를 통해 자율자동차, 반자율자동차, 스마트카에 대한 완벽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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