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사회

[썸타는 토요일] 카페서 만든 앱으로 `애플`과 `네이버`의 러브콜을 받은 남자

배윤경 기자
입력 : 
2017-03-11 09:01:02

글자크기 설정

국내 1위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 운영하는 장원귀 퀵켓 대표 인터뷰
"하고 싶은 걸 하는 걸로 만족해선 안 돼…때로는 성과에 냉정해야"
사진설명
장원귀 퀵켓 대표 [사진 제공 = 퀵켓]
"직장생활이 안 맞았어요." 신선했다. 직장생활이 맞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된다고 '선(先) 때려침, 후(後) 창업 고민'을 감행한단 말인가. 일주일에 적어도 10여 명의 취재원을 만나지만 이 중 '직장생활이 적성'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1명도 채 안 된다. 비슷한 상황에서 과감한 결단으로 남다른 인생을 사는 장원귀 퀵켓 대표(34)를 지난달 20일 서울시 구로구 퀵켓 사무실에서 만났다.

"적당히 시간 떼우는 건 못 참아요. 병역특례로 들어간 회사라 여건은 좋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좋아하지 않는 일에 하루의 대부분을 쓰는 게 아까웠어요. 그런 점에서 한순간도 머리를 쉴 수 없는 지금이 더 즐겁고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신나게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인생이죠."

중고거래 전문 애플리케이션 '번개장터'를 운영하는 퀵켓은 지난해 연간 손익분기점(BEP)을 넘었다. 지난 2010년 서른살을 앞두고 회사를 과감히 그만둔 뒤 8개월 동안 카페를 전전하며 뭘할지 고민하다 번개장터를 선보인지 약 6년 만이다.

"카페에 앉아있으면 사람들이 아이폰 3gs를 만지작 거리는 게 눈에 들어왔어요. '이걸로 뭔가 재밌는 걸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죠. 백수로 있으면서 중고거래를 하던 경험도 도움이 됐습니다. 당시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앱들이 있긴 했는데 이것보단 제가 잘 만들 수 있다는 막연한 자신감도 있었어요. 결정한 뒤에는 친구들과 2개월만에 뚝딱 모바일 앱을 만들어냈죠."

번개장터는 무엇보다 쉽다. 잘만 하면 거래까지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팔고 싶은 제품을 찍은 뒤 앱에 올리면 구입 의사가 있는 사람들로부터 푸시 알람이 오고, 실시간 채팅을 통해 자유롭게 질문과 답을 이어간 뒤 최종 거래가 이뤄진다.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과 쉽게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위치 기반 시스템도 갖췄다. 당시 온라인에서는 중고나라가 세를 확장해 나갔고 지금도 유사한 서비스의 앱이 속속 선보이지만 모바일에서는 번개장터가 확고한 1위를 구축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에 맞춰 상품 검색과 댓글, 추천, 팔로잉, 결제, 후기 등의 시스템을 촘촘하게 갖추면서도 복잡하거나 버벅이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서비스 시작 한 달만에 애플에서 연락을 받았어요. 애플 앱스토어인 아이튠즈 첫 화면에 추천 배너를 넣어보자는 거였어요. 당시 아이튠즈 메인 배너에는 대부분 해외 서비스나 대형사 앱 소개가 있었는데 국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해보려 한다더라고요. 애플이 나서서 무료로 프로모션을 해주겠단 건데 우리로선 거절할 이유가 없었죠. '아 이건 되겠구나'하는 확신도 이 때 얻었습니다."

사진설명
번개장터 앱 화면
러브콜을 보낸 건 애플만이 아니다. 퀵켓은 지난 2013년 네이버 자회사인 캠프모바일에 51%의 지분을 넘기며 매각됐다. 당시 받은 기업가치는 100억원에 달한다. 초기 자본금 3000만원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뒤 3년도 안 돼 30배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현재 퀵켓의 월평균 거래액은 약 140억원. 등록된 누적 중고물품 건수만 약 6000만개다. 이달 내 앱 다운로드 수도 1000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400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4명 중 1명은 이 앱을 내려받은 셈이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약 1조원. 현재 중고거래 대부분이 제품을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이뤄지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한 오프라인 직거래 시장도 모바일을 중심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제 '내가 필요한 걸 어디서 파느냐'보다 '내 주변 사람들이 뭘 파냐'를 관심있어 한다는 얘기다. 직거래 시장이 활성화되면 중고거래 시장 자체가 2배 이상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퀵켓은 PG사를 연동한 자체 에스크로서비스인 번개페이를 올해 새롭게 선보이고 지난해 출시한 중고차 안심구매 서비스 '번개차'와 가격을 구매 의사자와 함께 정하는 거래 합의제 '번개 프라이스'도 이에 맞춰 강화할 계획이다. 최근 번개 프라이스의 하루 거래액은 4억원으로 안정화에 들어가는 추세다.

수수료 없는 개인간거래만으로는 수익화가 어려운 만큼 번개장터는 오픈마켓과 윈룸, 구인(알바) 같은 지역포탈로 수익모델을 꾸준하게 넓혀나갈 예정이다. 업종 카테고리가 늘어날 때마다 경쟁사도 늘겠지만 서비스 고도화에는 자신있다고 장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기업공개(IPO)도 계획 중이다.

이공계 출신인 장 대표는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직접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는 확실한 자산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이를 노력이라고 말했다. 개발할 때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도움을 요청할 친구들도 있었다. 이 건 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창업의 필수 요인으로 노력도 운도 아닌 '냉정함'을 꼽았다. 번개장터와 비슷한 시기에 비주얼 검색엔진도 선보이며 '먹힐 만한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성과가 안 나오면 과감하게 서비스를 종료해온 그다운 답변이었다.

장 대표는 "사업을 하다보면 성과와는 별개로 하고 싶은 걸 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타트업은 제한된 시간과 자원 안에서 성과를 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시장성이 없을 경우 열심히 해도 성과가 없을 수 있다. 이 때는 들인 노력과 시간에 냉정해져야 한다. 상황을 직시해서 성과에 기반한 결정과 행동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제 손익분기점(BEP)를 넘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면 자영업에 그칠 것 같다"며 "다음 목표를 세우고 어려움과 성장을 지속하면서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 길나영 인턴기자, 사진 제공 = 퀵켓]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