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논란에 휘말린 최순실 씨가 30일 귀국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이 4000억 원을 출자해 만든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이 사실상 '금융판 미르재단'이라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끈다. 이러한 주장은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문제를 제기한 후 공론화됐으며 27일 JTBC의 유명 시사 프로그램인 썰전에서 전원책 변호사가 언급해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김해영 의원의 주장과 썰전의 방송이 실제 디캠프의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더불어 디캠프와 밀접한 관련을 맺은 스타트업 및 ICT 관계자들의 증언도 쏟아지며 파열음은 더욱 커지고 있다.

디캠프는 금융판 미르재단?
김해영 의원은 13일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디캠프가 사실상 금융판 미르재단이며, 전현직 대통령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부적절한 투자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크게 두 가지 맥락이다. 하나는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처럼 정치권이 금융업계의 팔을 비틀어 무리한 재단 설립을 끌어냈고, 이렇게 만들어진 디캠프가 정경유착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후자에 시선이 집중된다. 이 역시 두 가지 맥락으로 나눠지며 정치권력과의 관련성, 정체성의 논란으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정치권력과의 관련성. 김해영 의원은 디캠프가 간접투자한 성장사다리펀드가 박근혜 대통령의 이종사촌 아들이 대주주로 있는 컴퍼니케이파트너스에 93억 원을 투자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가 대표인 LB인베스트에도 24억 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합의되지 않은 불분명한 자금의 흐름이 있었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정체성의 논란은 디캠프의 간접투자 운용사인 모 대기업 창업투자회사가 투자자금의 대부분인 300억 원을 대형 배급사의 영화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는 의혹으로 발현된다. 이런 상황에서 디캠프가 연내 500억 원의 추가 출연금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논란은 JTBC 썰전 방송으로 더욱 커졌다. 최순실 씨 논란에 있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JTBC, 특히 긴급 방송을 편성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썰전에서 디캠프의 '구린 이야기'를 저격했기 때문이다. 당시 방송에서 전원책 변호사는 "디캠프 누적 운영비가 189억 원에 달한다고 하는데, 1년에 50억 원 쓴 셈"이라며 "재단 자금의 운용을 확실하게 밝히고 전현직 대통령과의 연결고리 등 을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이게 재단이냐"고 지적했다.

디캠프는 진짜 금융권 미르재단일까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최순실 씨 국정논단 사태에 있어 매우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정권 차원의 재단 설립 의지가 재계에 전달된 것은 지난해 2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화체육 활성화를 위한 기업인 오찬'과 지난해 7월 24일 대기업 총수 17명 청와대 오찬으로 보인다. 당시 청와대는 기업인들에게 재단 설립의 의지를 밝히며 일종의 출연금을 '강제로'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26일 TV조선이 안종범 수석이 전경련을 통한 모금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도하며 기업과 권력의 결탁 가능성을 시사하자 그 후폭풍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등은 기업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출연금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은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기금 출연을 직접 독려했다"며 맞서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박근혜 대통령과 그 배후로 의심받는 최순실 씨 논란에 있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정경유착의 끝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정국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화두가 디캠프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디캠프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운영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복합 창업 생태계 허브를 표방한다. 재단은 지난 2012년 5월 18개 전국은행연합회 회원 금융기관이 손잡고 출범시켰으며 스타트업 육성 및 투자, 관련 인프라 구축에 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디캠프의 센터장은 초대 이나리 센터장을 거쳐 현재 김광현 센터장이 2대를 맡고 있으며 ICT 기업들이 모여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임정욱 센터장)와 함께 국내 스타트업 육성 기관의 양대산맥으로 평가된다.

당장 김해영 의원의 주장과 썰전의 방송이 알려지자 스타트업 및 ICT 업계의 반발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는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 및 ICT 업계에 종사하며 디캠프를 잘 알고있는 인사들은 디캠프를 둘러싼 '구린 이야기'가 공론화되자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현실을 왜곡하는 주장이라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 업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디캠프가 호도되고 있다"며 "디캠프를 알거나, 최소한 한 번이라도 찾아왔다면 절대 이런 주장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다소 격앙된 표현도 내놓고 있다.

의혹에 대한 해명도 나왔다.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기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김광현 센터장은 디캠프 설립의 배경을 두고 지난 2011년 10월 국내에서 있었던 한국판 반월가 시위를 들었다. 김광현 센터장은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설립 직전에는 전 세계적으로 ‘반월가 시위'가 확산됐다"며 "(당시) 금융업자들이 돈만 벌 줄 알지 사회에는 눈꼽 만큼도 기여 안 한다는 게 골자였으며,. 여의도에서도 시위가 벌어졌고 국회에서는 은행들도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 이유로) 은행연합회 회원사들이 사회공헌 방안을 협의하기 시작했고, 재단을 설립해 창업을 활성화하는데 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디캠프를 운영하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탄생 배경이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미국에서 시작된 반월가 시위가 국내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당시 참여연대를 비롯해 금융소비자권리찾기연석회의, 금융소비자협회 등을 중심으로 거센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디캠프는 이러한 시국에서 은행권이 내놓은 일종의 상생안이라는 설명이다.

성장사다리펀드 투자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김광현 센터장은 "재단이 성장사다리펀드에 투자를 한 것은 맞다"며 "성장사다리펀드를 운영하는 한국성장금융은 적절한 투자운영사를 선정해 자펀드에 투자하며 투자운영사를 선정할 때는 외부 전문가들로 심사위원단을 구성해 이들이 낸 점수를 합산해서 뽑는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 외부 입김이 개입될 소지는 없으며 재단도 종종 심사에 참여한다고 부연했다.

전현직 대통령 친인척 관련 회사 논란도 반박했다. 김광현 센터장은 "매년 수십개 투자운영사를 선정해 자펀드에 투자하며 그 중에 LB인베스트먼트와 컴퍼니케이파트너스가 있다는 뜻"이라며 "두 투자운영사는 성장사다리펀드 돈만 운영하는 게 아니며 국회의원실 자료 논리대로라면 이들이 운영하는 자펀드에 투자한 수많은 주체들은 전부 비리조직이 된다"고 강조했다.

막대한 자금 운용은 어떤 논리로 설명될 수 있을까? 디캠프는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551번지에 위치해 있다. 소위 땅값이 높은 역삼동에 위치해 있으며 선릉역과 도보로 3분에 연결될 정도로 지리적 강점이 돋보이는 곳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강남에 위치해 있다는 점과 더불어 그들을 위한 네트워킹 및 교육, 관련 지원을 위한 지리적 선택을 고려하면 디캠프가 왜 강남에 있어야 하며, 왜 관련 자본 등이 일정정도 받쳐주어야 하는지 답이 나온다.

은행연합회도 사실해명에 나섰다. 500억 원 추가출연에 대해서는 "원래 연합회는 재단에 총 5000억 원을 출연하기로 되어 있으며 아직 1000억 원이 남아있으나 재단이 연내 500억 원 출연을 요구한 적도 없으며 그럴 계획도 없다"고 전했다. 이어 간전운용사 선정과 관련해서는 "지침을 철저히 준수했다"고 해명했으며 대기업 창업투자회사의 대형 배급사 영화 투자를 두고는 "규약에 따라 창업 7년 이내 영화사에만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는 김광현 센터장의 전 직장이던 한국경제신문에서도 보도한 바 있다.

▲ 출처=픽사베이

"우리는 너무 놀라고 있다"
김해영 의원의 주장과 썰전의 방송을 통한 의혹은 모두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디캠프 설립의 배경과 활동과정에서 불거진 의문은 대부분 정당하게 해명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디캠프가 보여준 역사가 증명한다. 핀테크 캠프부터 다양한 네트워킹,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 대여는 물론 강좌와 세미나까지.

그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을 두고 "현상을 더욱 세밀하게 파악해야 하는 공적 목소리의 신중함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다소 부적절한 방식으로 운용금을 모았다는 주장이 거세지는 가운데 "디캠프도 그럴거야"라는 무책임한 생각이 논란을 키웠고, 순식간에 최순실 씨 논란에 따른 국민적 분노와 결합하며 걷잡을 수 없이 번졌기 때문이다.

물론 디캠프 자체에 지적이 나름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는 지금 루머가 현실이 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한 취재와 조사는 나름 투명하게 이뤄져 선명한 답안지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게다가 한국판 반월가 시위에 따른 논란이 커지며 은행권이 순식간에 4000억 원(목표 5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출연한 배경에는 아직 물음표가 달린다. 액수가 상당한데다 국내 금융권이 단순히 한국판 반월가 시위에 '참회하는 마음으로' 4000억 원을 선뜻 내놨다는 주장은 다소 애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지점은 출연금을 '버리는 돈'이 아닌 '미래에 대한 생태계 투자'로 보면 일견 이해될 수 있다. 단순히 참회하는 마음이 아니라 핀테크로 대표되는 금융과 ICT의 만남이 시대의 화두로 부상하며 그 길을 스타트업에서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디캠프가 세워졌다면, 이러한 과실을 국내 금융업계 자본력으로 꾸린 생태계에서 도출할 수 있다면 일말의 의심도 걷어낼 수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은 호창성 대표 및 아이카이스트 논란 등을 거치며 국내 스타트업 업계가 다소 위축된 상황에서, 현 정부의 창조경제가 '정말 실체가 없었다'는 근원적 공포와 맞물린 경향이 있다. 하지만 디캠프 자체에 대한 논란은 거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 일종의 정설로 부각되고 있다. 미르재단 보고 놀란 가슴 디캠프보고 기겁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