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이어 準대기업집단 될라".. 게임업체들 긴장

양지혜 기자 2017. 9. 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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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시장 폭발적 성장.. 자산 5조원 문턱 다가가자]
넷마블게임즈 4조6570억원.. 내년엔 5조원 넘을 가능성 커
엔씨소프트는 2년후쯤 넘을 듯
일부社 총수 지정 대비 지분매각
업체들 "재벌규제 적용 불합리"
일각선 "게임업계가 과잉 반응"

지난 4일 넥슨의 20여 개 전(全) 계열사 임원들은 각사의 재무팀에서 공지 메일을 받았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가 넥슨을 준(準)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앞으로 준대기업집단의 계열사로서 알아야 할 주요 사항'을 재무팀에서 전파한 것이다. 넥슨 계열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공정위의 지정을 앞두고 재무팀 등 관련 부서에서 사전 회의를 하면서 대응 방안 매뉴얼을 만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넥슨은 본사가 일본 도쿄에 있으며 2011년 일본 증시에 상장해 그동안 국내에서는 경영 정보를 제한적으로만 공개했다. 하지만 이번에 국내 자산 5조원 이상인 준대기업집단에 지정돼 22개 자회사의 경영 상황은 물론이고, 총수(오너 경영인) 김정주 회장과 그의 친·인척(6촌 이내) 보유 회사의 경영 정보를 공정위에 보고할 의무가 생긴다. 게임업계에서 정부의 지배 구조 관련 규제를 받는 것은 넥슨이 처음이다. 넥슨의 한 관계자는 "많은 직원이 '우리가 재벌 기업이 된 것이냐'며 놀란 눈치"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준대기업 지정에 긴장하는 국내 게임업계

넷마블게임즈·엔씨소프트 등 다른 게임업체들은 넥슨의 준대기업집단 지정에 긴장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지난 2~3년 새 매출이 급증하는 데다 국내외 게임업체를 잇따라 인수합병(M&A)하면서 자산이 급증해 조만간 자산 5조원을 넘을 것이 유력하다.

국내 모바일게임 1위 업체 넷마블은 내년에 준대기업집단 지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내 자산 4조6570억원 정도이지만, 모바일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의 흥행으로 올해 매출 3조원을 돌파하면서 기업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 이 회사의 대주주(지분 24.38%)인 방준혁 이사회 의장이 총수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방 의장은 지난달 25일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던 보안장비 업체 인콘의 지분을 286억원에 전량 매각했다. 게임업계에서는 방 의장이 주변 정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될 만한 회사에서는 손을 뗐다는 식의 추측이다.

엔씨소프트는 아직 자산 3조원에 조금 못 미치지만 현재의 매출 성장 속도라면 2년 뒤에 준대기업 집단이 될 수 있다. PC온라인게임을 주로 하던 엔씨소프트는 올해 들어 '리니지 M' '프로야구 H2' '파이널 블레이드' 등 모바일게임을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9000억원대 현금을 보유한 엔씨소프트가 대형 M&A를 한두 건만 해도 준대기업 규제의 테두리에 들어가게 된다.

NHN엔터테인먼트, 컴투스, 게임빌, 스마일게이트, 블루홀 등 중견 게임업체들도 벌써부터 준대기업집단의 규제 조항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게임업체가 재벌 규제를 받은 사례가 없다"면서 "이번 넥슨의 준대기업 집단 지정이 앞으로 게임업계에 각종 규제나 여론의 감시가 커지는 계기가 될까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30년 전 재벌 기업 규제" vs "게임업계, 과잉 반응"

게임 업계에서는 "대기업 집단 지정은 30년 전 재벌 기업을 규제하던 수단인데 이를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경쟁하는 게임업체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업력이 짧은 게임 기업의 경우 기존 재벌 기업처럼 순환출자 구조를 갖추거나 친족 간 일감 몰아주기 등을 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데도 규제로 옭아맨다는 주장이다. 한 중견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 창업자들은 업계 특성상 공개석상에 나서는 것을 병적으로 꺼리는 성향의 사람들이 많다"며 "재벌 기업처럼 취급이 되면 각종 공식 석상에 참여해야 할까 봐 벌써부터 식은땀 흘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게임업체가 이제 웬만한 대기업 못지않은 덩치를 지니게 된 만큼, 공정 거래의 규제는 물론이고 사회적 책임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게임업체에서는 대주주의 친·인척이 경영에 참여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로펌에 근무하는 공정위 출신의 관계자는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더라도 위법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특별히 기업 경영에 방해가 될 것이 없다"며 "공정위의 결정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차원인데 일부 기업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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