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 2일 끝장토론… 스타트업, 이색 면접들
취업·창업 시장에서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은 새로운 물결이다. 대기업과 비교하면 안정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자유롭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 파격적인 보상 체계 등은 도전 정신을 자극한다. 문제는 어떻게…
[스타트업 면접, 알고 준비하세요]
현장에서 진행하는 곳 많아… '팬타그램' 출사 나가는 게 면접
자유로운 특성 살린 면접도 다수
대표·직원과 식사하는 '써티컷', '여기어때'는 경력직 직접 찾아가
◇실무 능력을 보여줘
지원자에게 실무를 시켜보는 '현장형 면접'은 스타트업 세계에선 흔히 볼 수 있다. 쿠폰·포인트 적립 서비스 업체 스포카는 지원자들이 영업 팀장을 따라 카페·식당·만화방·헬스장·미용실 등 거래처를 방문, 업무를 파악하는 과정을 거친다. 황조은 스포카 매니저는 "중점적으로 보는 건 적극성과 열정"이라며 "질문을 많이 하거나 직접 영업을 해보겠다고 나서는 지원자에 대한 평가가 좋다"고 말했다.
핀테크 기업 데일리마켓플레이스는 작년 6월 해커톤 형식으로 직원을 채용했다. 해커톤은 해커(hacker)와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 아이디어를 끌어내기 위해 장시간 회의하는 일종의 '끝장 토론'이다. 박시은 데일리마켓플레이스 대리는 "대회가 열리는 이틀 동안 실력은 물론 인성과 열정을 중요하게 평가했다"며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논술 면접에 코딩 시험까지
논술 시험을 치르는 스타트업도 있다. 공동 경매 전문 IT(정보기술) 업체인 올윈은 2시간 동안 8개 문항을 풀어야 한다. 한 문항당 분량은 A4 반 장에서 1장 정도. 회사 서비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많다. '올윈의 서비스는 왜 세상에 존재해야 하나', '아래 가격을 결정하는 4가지 모델에서 올윈은 이베이, 그루폰과 어떤 차이가 있나' 같은 문제가 나왔다. 논술 평가가 당락을 좌우하진 않지만, 최종 CEO(최고경영자) 면접 때 중요하게 참고한다. 작년 8월 입사한 마케팅팀 서영광씨는 "논술이 있다는 걸 듣고 처음에는 부담이 컸다"면서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한 덕에 CEO 면접 때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업무용 메신저 '잔디'를 운용하는 토스랩은 국내 IT 기업은 물론 링크드인, 인텔 등도 채택한 코딩 평가 사이트 '코딜리티'를 통해 개발 부문 지원자 실력을 검증한다. 지원자 이메일 주소로 회사가 문제를 전달하면 제한 시간 내에 푸는 방식이다. 점수는 자동으로 회사에 통보되고, 일정 수준을 넘으면 다음 단계로 진행한다. 여인욱 토스랩 매니저는 "코딜리티와 유사한 사이트를 찾아 다양한 문제를 풀어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선 솔직하게
자유로운 분위기를 살린 전형도 있다. P2P 금융 스타트업인 써티컷은 2차 인성면접을 회사 근처 중국집 등 식당에서 진행한다. 대표와 담당 팀장, 팀원 등 4~5명이 지원자와 밥을 먹으면서 각종 질문을 던진다. 이전 직장과 직무, 취미와 가족 등 주제는 다양하다. 최서윤 써티컷 매니저는 "물론 편하지 않은 자리지만 최대한 분위기에 잘 녹아드는 게 좋다"고 말했다.
숙박앱 업체인 여기어때는 면접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경력직 지원자를 위해 점심시간 등을 활용, 지원자 회사 근처 커피숍 등으로 직접 찾아가서 면접을 한다. 이재경 여기어때 인사팀장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더 잘 꺼내게 된다"면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면접자의 진짜 매력을 확인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평소 소신과 생각을 잘 드러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국산 화장품을 중국에 공급하는 유통 스타트업 비투링크에선 신입 직원이 채용 면접에 참여하기도 한다. 장미나 비투링크 매니저는 "직원들이 선거를 통해 뽑는 '밸류커미티' 구성원이 면접관으로 들어가는 전형이 따로 있다"면서 "지원자 입장에선 회사가 가진 비전과 목표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하고 들어가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