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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단독] 신림동 고시촌서 `제2 저커버그` 키운다

황순민 기자
입력 : 
2016-06-15 17:30:22
수정 : 
2016-07-04 13: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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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00억원 들여 시민 창업공간 추진
빈 점포 임차해 유망업체에 싸게 임대
뉴욕 스타트업거리 `실리콘앨리` 벤치마킹
한때 서울대 인근 신림동 고시촌은 사법시험 합격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모여든 청년들로 붐볐다. 그러나 2008년 로스쿨 제도 도입과 2017년 사법시험 폐지로 고시생들이 신림동을 떠나면서 상권이 몰락했다.

신림동 고시촌이 다시 창업이라는 새로운 꿈을 이뤄주는 터전이 될 전망이다. 신림동 고시촌이 뉴욕 실리콘앨리와 같은 '창업앨리'로 탈바꿈한다.

서울대는 신림동 고시촌에 서울대생뿐만 아니라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창업 공간인 '관악큐브창조센터'를 설치하고 이 일대를 창업 거리로 조성한다고 15일 밝혔다. 서울대 측은 우선 올해 하반기 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신림동 고시촌 일대 건물 등을 임차해 창업 카페, 메이커 스페이스(창작공간), 교육공간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빈 점포를 임차해 유망한 스타트업에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이를 위해 서울대는 최근 적합한 신림동 고시촌 일대 건물 2~3곳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는 중·장기 임차를 통해 건물을 창업 거리의 거점 공간으로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또한 2018년까지 순차적으로 임차 공간을 늘리거나 자체적으로 건물을 매입할 계획이다.

이우일 서울대 연구부총장은 "낙후되고 땅값도 저평가된 지역사회를 살리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서울대를 중심으로 신림동 일대를 창업을 꿈꾸는 교수, 학생, 일반 시민이 모인 창업 거리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실제 서울대생이 창업한 스타트업들의 사무실이 신림동·낙성대 일대에 많기 때문에 이들을 특정 골목에 모아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고시촌이 창업촌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는 신림동 고시촌 일대를 세 구역으로 나눠 창업 생태계로 활성화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계획에 따르면 1구역은 창업 카페로 운영하고, 2구역은 코워킹 스페이스로 조성한다. 3구역은 창업교육, 포럼, 워크숍 등 창업 관련 행사가 열리는 교류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센터 관리와 프로그램 운영은 학내 창업 헤드쿼터인 창업가정신센터가 맡기로 했다. 서울대는 이 프로젝트에 들어갈 예산으로 내부적으로 5년간 100억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림동 고시촌을 10년 내 1000개의 기술 스타트업과 1만명 이상 임직원이 상주하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계획서에 담긴 목표다.

서울대는 최근 학내 창업을 총괄하는 별도 조직을 설립하는 등 학생 창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장기적으로 관악캠퍼스-신림동-시흥캠퍼스를 잇는 '벤처 삼각벨트'를 구축하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서울대 측은 신림동 고시촌을 창업 거리로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지역구 의원, 관악구청 등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동의와 도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오신환 의원실(관악을) 관계자는 "관악구의 취업준비자, 대학생 등 창업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는 20·30대 젊은이들이 창업을 통해 재도전과 재도약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된다면 성장동력을 잃어가는 지역경제에 활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용어 설명> ▷ 실리콘앨리 : 실리콘밸리와 골목을 뜻하는 영어 앨리(alley)의 합성어로 미국 뉴욕 맨해튼 서남부 지역의 스타트업 거리를 말한다. 뉴미디어 기업 등 스타트업들이 입주하면서 형성됐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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