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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구글의 한국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 "글로벌 서비스 위한 것" vs. "세금 들인 정보 공짜 누출"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03 17:40

수정 2016.07.03 17:40

구글지도 한국 콘텐츠 허술.. 외국인관광객 이용 불편
이용자 편의 위해 제공땐 해외진출 기업에도 도움
정보주권 훼손 등은 문제
애플은 국내 기업과 제휴..'구글에만 공짜'는 역차별
#. 한국에서 근무 중인 중국인 시시웬(여)은 휴일 오전 서울 인사동에서 경복궁까지 도보 경로를 구글지도를 통해 검색했다. 검색 결과 도보로 20분 정도 걸린다는 정보는 나왔지만, 정작 길안내는 단순히 '일직선'으로 보여주는 데 그쳐 지도만으로는 시내를 돌아보기 어려웠다. 시시웬은 다시 바이두 지도를 검색했다. 구글 지도와 달리 바이두 지도에선 길 위치와 방향을 보여줘 찾아갈 수 있었다. 시시웬은 "구글지도에선 걸리는 시간은 알려주지만 세부적으로 길을 안내해주지 않아 찾기 어렵다"며 "바이두 지도에선 근처는 물론 이동할 방향을 제시해 찾아가기가 쉽다"고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구글의 한국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

구글이 우리나라 지도 데이터 반출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도 해외반출 논란은 지도 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쓰였는데, 정작 한국에 제대로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외국 기업에 이 데이터를 덜컥 내줘도 좋으냐는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지도에는 단순한 영상 외에도 정밀하게 개인의 위치를 알려줄 수 있는 수치 데이터가 담겨있어 데이터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해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구글은 "해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구글 서비스를 이용할 때 글로벌 표준에 맞춰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한국 정부가 지도 데이터를 제공해 줘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지도 데이터를 구글의 해외서버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지도 데이터를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외국 기업에 덜컥 내주는 것은 한국 기업에 대한 역차별인 데다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의 안보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논란은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밀 지도 데이터, 무한한 미래가치

구글이 요청하는 지도 데이터에는 정교한 좌표값이 포함돼 있다. 앞으로 구글이 자체 가공할 가능성과 가치가 높아 데이터 반출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구글은 위성사진을 통해 지도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세밀한 좌표값을 갖춘 데이터를 공식적으로 적용하지 못해 내비게이션 기능을 담은 부가 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 진출을 노리는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구글의 지도 서비스를 활용하려 하지만, 한국 지도는 콘텐츠가 부족해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해외시장 점유율이 높은 구글은 한국 기업들의 원활한 글로벌 서비스 지원을 강조하며 한국의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 2014년 영문판 1대 2만5000 축척의 지도가 반출될 수 있도록 측량법 시행령이 개정돼 구글의 해외서버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구글이 요구하는 지도 데이터는 이보다 더 정밀한 1대 5000 축척의 지도를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정밀 지도의 데이터는 오차범위 3m 안팎의 좌표를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구글 위성사진에 이 같은 데이터가 본격 적용되면 정확한 위치기반을 바탕으로 세밀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세금으로 만든 지도, 세금 안내는 구글에 제공?

특히 세밀한 지도 데이터를 만드는 데는 연간 수십억원 이상의 정부 예산이 지원된다. 국민 세금으로 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고 있다는 눈총을 받고 있는 외국기업에 국민 세금으로 만든 데이터를 넘겨줘도 좋은지에 대한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IT업계 한 전문가는 "1년에 지도를 유지·보수하는 데만 몇 십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데, 이를 외국기업이 공짜로 가져가겠다는 논리"라고 구글의 지도 데이터 요청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용자 편의성 위해 지도 필요 vs. 기존 데이터로도 다른 회사들 서비스 제공

구글이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하는 명분 중 하나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들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구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해외에서 많은 이용자 기반을 구축한 구글의 지도 서비스를 해외 관광객들이 한국에만 오면 이용하지 못하니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플, 바이두 등 구글과 같이 많은 해외 이용자를 보유한 글로벌 사업자들은 한국에서 도보, 자동차 등 길찾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이 구글보다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국내 기업과의 제휴와 오픈 지도 활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내비게이션과 자동차 길찾기, 도보 길찾기, 실시간 교통정보 서비스의 경우 구글지도는 서비스하지 않고 있지만 애플과 MS빙, 바이두 지도는 제공 중이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한국 정부와 구글 모두 새로운 사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기싸움을 하고 있다"며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이 세금 논란과 역차별 이슈 등 다양한 이슈를 생산해내고 있어 구글의 대응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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