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주 하는 말이고, 비슷한 글도 이전에 여러 번 올렸는데, 최근에 같은 생각 할 기회가 몇 번 있어서 또 몇 자 적어본다. 우린 2020년도를 살고 있고, 자율주행 자동차와 인공지능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막상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기술이 전혀 적용되지 않은 낙후된 산업도 상당히 많다. 예를 들면, 아직도 전화로 주문을 하거나, 심지어는 팩스를 사용하고 있는 그런 비즈니스도 있다. 이런 분야에서 아주 오래 일하고 있는 분들한테 기술이 이렇게 좋은데, 왜 아직도 옛날 방식 그대로 사업하냐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변은 거의 100% “원래 우린 이렇게 일해요” 또는 “이 바닥이 원래 그래요”이다.

이런 답변을 들으면 한 편으로는 답답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아직 있고, 이런 마인드를 타파하기 위해서 좋은 창업가들이 사업을 시작하고, 그래서 우린 이런 분들한테 투자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래 우린 그래요”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고, 이런 생각과 자세가 더 오래된 산업일수록,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마인드/태도로 혁신하고 파괴하면, 소위 말하는 대박 날 확률이 더 높다. 금융, 부동산, 교통 등과 같은 산업이 대표적이다. 실은 이들이 다른 산업보다 더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규제이다. 그래서 더욱더 혁신하기 어렵지만, 혁신할 수 있으면 정말 모든 게 크게 바뀔 수 있다.

나도 이런 혁신하는 회사를 찾고, 이런 회사에 투자하고 싶어서, 변화를 싫어하고, “그건 원래 그래요”라는 말로 자신을 정당화하는 분들을 자주 만난다. 사업뿐만이 아니라 그냥 인생에서도 “그건 원래 그렇게 하는 거야”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실은, 이런 사람이 대부분이고 훨씬 더 많다. 이 말을 워낙 자주 하고, 자주 듣다 보면, 정말로 그냥 인생의 모든 게 원래 처음에 만들어진 그대로 평생 가고, 절대로 바꿀 수 없고, 바꿀 필요도 없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래서 대부분 “아, 원래 그런 거구나”라면서 별 생각 없이 항상 남들이 하던 방식대로,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하던 방식대로 살아간다.

그런데, 다행히도 우리가 만나는 많은 창업가는 “원래 그런 거야”라는 말을 세상에서 가장 싫어한다. 어떤 창업가한테 이 말은 주적 1호이자 악의 축이다. 이들은 원래 그런 거는 이 세상에 없기 때문에 계속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고 시도한다. 대부분 새로운 방법을 찾는 데 실패하지만, 극소수는 성공하고, 여기서 새로운 기회가 생기고, 운 좋으면 이 기회는 세상을 바꾸는 큰 비즈니스가 된다. 새로운 방법을 찾는데 실패해서 원래 그런 방법을 못 바꾼 창업가는? 이들은 계속 새로운걸 시도할 것이고, 그 시도 자체가 언젠가는 뭔가를 바꿀 것이다.

이 세상에 원래 그런 건 별로 없다. 특히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100년 된, 역사깊은 회사에서 “우린 원래 그래요”라고 하면, 이들은 지난 100년 동안 변한 게 없다는 이야기고, 앞으로 100년 동안 변할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창업가들은 여기서 또 기회를 보고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